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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종료아동 60%가 기초수급자…"삼성의 디딤돌, 희망되길"
관리자2021-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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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누군가에겐 꽃다운 때지만 누군가에겐 거친 세상에 홀로 선 막막한 시기다. 김강진씨(25·가명)는 2014년 보육원을 나왔다. 보호시설에서 지내는 청소년들은 만 18세가 되면 현행법에 따라 시설을 나와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지적장애가 있는 김씨가 직업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꼬박 5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2019년 6월 김씨의 집을 방문한 사회복지사 이미진씨는 그날의 기억을 이렇게 떠올린다. "쓰레기와 곰팡이 때문에 선뜻 방에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서 생활하고 있었어요." 삶에 대한 의욕을 놓아버린 김씨를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이씨의 안내로 김씨는 그해 7월 '삼성 희망디딤돌 강원센터'에 입소했다. 입소 후에도 김씨가 무엇인가를 스스로 해보겠다는 의지를 되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센터 담당자는 꾸준히 김씨와 상담하면서 적성에 맞는 진로를 모색했다.
김씨는 올초부터 지역 내 대학의 청년지원센터와 연계한 요리 강습을 받고 있다. 교육과정이 끝나면 조리사 자격증 취득에 도전할 계획이다.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던 김씨의 삶에 찾아온 오랜만의 활기다. 센터 관계자는 "김씨가 교육기간 동안 한번도 결석하지 않을 정도로 성실히 교육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처럼 만 18세가 돼 보육원이나 위탁가정을 떠나는 이른바 '보호종료아동'들은 시설 퇴소 이후 경제난에 직면한다. 매년 보호시설을 퇴소하는 약 2500명의 청소년이 홀로서기를 하면서 쥐는 돈은 자립 정착금 500만원과 3년간 월 30만원씩 나오는 자립 수당이 전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보호종료된 자립 1년차 1031명 가운데 613명(59.5%)이 기초생활수급자였다. 10명 중 6명이 기초생활수급비에 의존해 생활하는 셈이다. 2016년 퇴소해 자립한 지 5년이 지난 보호종료아동도 16.9%는 여전히 탈수급하지 못했다.
김씨가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된 삼성 희망디딤돌 원주센터는 삼성전자가 임직원들의 기금을 바탕으로 세운 보호종료아동 지원시설이다. 삼성 희망디딤돌 사업은 2013년 '삼성 신경영' 선언 20주년 당시 임직원들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상생 의지를 존중해 특별격려금의 10%를 기부하고 직접 아이디어를 내 시작됐다. 2016년 9월 부산센터를 시작으로 같은 해 11월 대구센터, 2017년 강원센터, 올 6월 광주센터와 창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삼성 희망디딤돌센터는 보호종료 청소년에게 최대 2년 동안 1인 1실의 주거공간을 제공해 독립 생활을 지원한다. 센터에서는 요리, 청소, 정리수납 등의 생활에 꼭 필요한 사항을 알려주고 기본적인 금융지식과 자산관리, 임대차 계약 등의 기초 경제 교육도 제공한다. 취업정보·진로상담·인턴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대학생의 경우 생활비, 장학금 등의 금융 지원도 연계해준다.
장기자립 지원이 이뤄지면서 센터를 거쳐 자립에 성공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유민재씨(21·가명)는 2018년 3월 희망디딤돌 강원센터에 입주해 2년 동안 지내면서 세무사무소에 취업해 적금과 주택청약 등으로 저축하면서 퇴실할 때는 목표했던 3000만원보다 더 많은 돈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30일 희망디딤돌 아산센터를 추가 개소했다. 이달 들어서만 3번째 센터 개소다. 아산센터는 2년 동안 1인 1실로 거주할 수 있는 20개의 독립된 주거공간과 며칠간 머물면서 자립을 체험해볼수 있는 체험실 6실을 갖췄다. 충남아동복지협회가 사업 수행을 맡는다.
이날 개소식에 참석한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부모라는 뿌리와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든든히 받쳐주지 못하는 보호아동은 작은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고 쓰러질 수 밖에 없다"며 "보호아동 한 명 한 명이 저마다의 꿈을 당당히 펼쳐나갈 수 있도록 주어진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학규 삼성전자 사장은 "보호종료 청소년들이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 사회와 연결돼 있음을 느낄수 있도록 삼성전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4개 센터, 내년 3개 센터를 추가 개소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전국에 총 13개의 센터가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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